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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밝은 오후, 당신은 처음 보는 길을 발견합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길. 묘하게 햇살이 자꾸 저 방향으로 가보라 재촉하는 것 같아서 당신은 발걸음을 돌려 새로운 길을 따라 걷습니다.

 

나무들이 가득한 공간을 지나자 작은 들판이 나오고, 그곳에는 처음 보는 길만큼이나 처음 보는, 낯선 건물이 서 있었습니다.

 

건물의 지붕에 있는 알록달록한 유리 장식에 햇빛이 반사되고,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작은 홀, 그리고 화려한 장식의 난간이 있는 계단.

 

동그란 계단을 쭉, 쭉, 쭉 따라 올라간 당신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난간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해보이는 나무로 된 문.

 

지금까지는 처음 보는 낯선 것들을 잘만 따라왔으면서 정작 이 문을 여는 것은 망설여지는 당신. 그래도 설마 별 일이 일어나겠어, 라고 생각하고 당신은 손잡이를 잡고 서서히 문을 열어봅니다.

 

끼이익

 

나무가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은 밖으로 연결되기라도 한 것마냥 밝은 햇빛이 당신의 눈을 잠시 멀게 만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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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아. 진짜로 소원을 비니까 이루어졌네~"

 

붉은 드레스를 입고 어딘가 멍한 표정의 소녀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갖 유리 공예품이 있는, 가게나 공방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공간에 당신은 서 있습니다.

 

"파랑새는 정말로 소원을 들어주는구나~ 고마워 파랑새야아."

 

소녀는 제 손 끝에 앉아 있던 파란 깃털의 새에게 인사를 하고는 열린 창 밖으로 새를 날려보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열흘 간 잘 부탁해애."

 

뭐라고?

 

뭘 잘 부탁한다는 건지, 애초에 새랑 대화를 하는 여자애라니 참 이상하기도 하지. 그리고 저 소녀는 아무리 살펴봐도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특징'이 보이질 않습니다. 당신은 얼른 이 이상한 곳을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에 등을 돌려 당신이 들어왔던 문을 다시 열어 나가려고 합니다...만.

 

문을 여니 보이는 것은 아까의 그 계단이 아닌,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램프들 뿐.

 

어이가 없어서 다시 등을 돌려 소녀를 보는 당신. 소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마주 바라볼 뿐입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보이는... 당신과 똑같은 처지에 놓인 듯한 사람들.

 

당신과 같은 '특징'을 지닌 사람도,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닌 이들도 보입니다.

 

"...~ 열흘 간 잘 부탁해애 동물친구 식물친구들~ 나는 엘리자베스야. 색다른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어~"

 

소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처음으로 아주, 아주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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